
시애틀 여행을 찾아보게 된 계기는 옛날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이라는 영화를 너무나 좋게 봤던 기억이 있기 때문입니다. 언제나 동경의 도시였던 시애틀. 그래서 더더욱 꼼꼼하게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시애틀 여행 계획을 짜다 보면 "어디부터 가야 하지?"라는 막막함이 먼저 옵니다. 명소는 많은데 동선이 제각각이고, 미국은 워낙 땅덩어리가 크다 보니 렌터카 없이 다닐 수 있는지도 모르겠고. 저도 처음 시애틀 여행 계획을 했을 때 딱 그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여행하신 분들의 영상과 자료를 많이 검색해 보고, 헷갈리는 분들이 읽으면 바로 정리가 될 수 있도록 풀어봤습니다.
차 없이도 된다, 시애틀 다운타운 이동 전략
시애틀은 미국 도시 치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꽤 높은 편입니다. 링크 라이트 레일(Link Light Rail)이라는 도시 철도망이 공항부터 다운타운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링크 라이트 레일이란 지하철과 지상 전차를 혼합한 형태의 경전철로, 시애틀 도심과 주요 관광지를 남북으로 잇는 핵심 교통수단입니다. 원웨이 티켓을 끊을 수도 있지만, 하루에 6달러 내고 무제한으로 탈 수 있는 데이 패스를 구매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하루에 왔다 갔다 두세 번만 타도 데이 패스가 확실히 이득입니다.
버스와 철도가 연계되어 있어서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스페이스 니들, 심포니 역 주변까지 거의 걸어서 이동이 됩니다. 실제로 뚜벅이로 여행하신 분들을 보니 마운틴 레이니어를 다녀온 날을 제외하면 렌터카 없이 크게 불편하지 않게 다니실 수 있을 것입니다. 다만 프리몬트(Fremont)처럼 다운타운에서 조금 벗어난 동네를 가려면 버스 환승이 필요하고 이동 시간이 늘어나니 이 점은 감안하셔야 합니다.
시애틀 교통 이용 시 알아두면 좋은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공항에서 다운타운까지 링크 라이트 레일 이용 시 약 40분 소요, 요금 3달러 내외
- 하루 여러 명소를 돌 계획이라면 오르카 카드(ORCA Card, 시애틀 지역 교통 통합 충전식 카드) 또는 데이 패스 활용
- 다운타운 내 주요 명소는 도보 이동 반경 안에 대부분 몰려 있음
- 야간에는 일부 구역 치안이 불안정하니 이동 경로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음
시애틀시 교통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링크 라이트 레일 일평균 이용객은 약 5만 명을 넘어섰으며, 시내 대중교통 네트워크가 꾸준히 확충되고 있습니다(출처: King County Metro).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과 치훌리 가든, 실제로 가보니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Pike Place Market)은 시애틀에 처음 오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가는 곳입니다. 1907년에 문을 연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농수산물 직판장 중 하나로, 퍼블릭 마켓(Public Market)의 형태를 지금까지 유지하고 있습니다. 퍼블릭 마켓이란 생산자가 직접 소비자에게 농산물, 수산물, 공예품 등을 판매하는 개방형 시장으로, 중간 유통 마진이 없어 신선도와 가격 경쟁력이 높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오픈 시간에 맞춰 이른 아침에 가면 사람이 거의 없어서 여유롭게 둘러볼 수 있다고 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인파가 급격히 늘고, 점심 무렵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라고 하니 오전에 서둘러 다녀오신것을 추천드립니다. 유명한 생선 던지기 쇼(Fish Toss)는 생선 판매 직원들이 주문받은 생선을 공중으로 던져 받는 퍼포먼스입니다. 관광객들이 아주 좋아하는 장면인데, 이것도 일찍 갈수록 유리하다고 합니다. 2층으로 올라가면 꽃집이 줄지어 있는데, 길거리에서 꽃다발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아 처음엔 무슨 기념일인가 했는데 알고 보니 마켓 자체가 꽃 시장으로도 유명했던 것이고, 가격도 독일이나 다른 유럽 도시에 비하면 상당히 저렴한 편이라고 합니다. 피시앤칩스와 클램 차우더는 꼭 드시길 권합니다. 클램 차우더는 기대 이상으로, 빵그릇에 담겨 나오는 브레드 볼(Bread Bowl) 형태가 식기 전에 다 먹게 만드는 구조입니다.
치훌리 가든 & 글래스(Chihuly Garden and Glass)는 스페이스 니들 바로 옆에 있어서 콤보 티켓을 끊으면 한 번에 묶어서 볼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유리 조각 예술가 데일 치훌리(Dale Chihuly)의 작품들을 전시한 공간인데, 내부는 배경 전체가 검은색으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이 설계 방식이 인상적이었는데, 검은 배경이 유리 작품의 발색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조명을 줄이고 자연광을 활용하는 구간에서는 작품 색감이 훨씬 선명하게 살아납니다. 또한, 입장 시 입장요금에 포함된 무료 사진 촬영 서비스도 있다고 하니. 꼭 이용하시기 바랍니다.
스페이스 니들과 마운틴 레이니어, 하나를 더 얹는다면
스페이스 니들(Space Needle)은 1962년 시애틀 세계 박람회(World's Fair)를 위해 건립된 전망탑으로, 높이 184미터에 달합니다. 시애틀의 랜드마크이자 도시를 대표하는 실루엣입니다. 전망대에 오르면 퓨젯사운드(Puget Sound)를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퓨젯사운드란 태평양에서 내륙으로 깊숙이 들어온 피오르드형 만(灣)으로, 좁고 긴 바닷길이 시애틀 서쪽을 감싸고 있어 도시 전경에 독특한 깊이감을 만들어냅니다.
스페이스 니들은 굳이 올라가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야경보다 선호하시는 분들께서는 꼭 올라가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올라가서 보는 뷰가 나쁘지는 않지만, 그날 날씨가 안 좋으면 유리 바닥 체험이나 야외 구간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외관도 훌륭하다고 하니 날씨 상황에 맞춰 관광하시면 되겠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시애틀 여행에서 마운틴 레이니어(Mount Rainier)를 빠뜨려서는 안 되는 코스라고 합니다. 마운틴 레이니어는 해발 4,392미터의 활화산으로, 시애틀 도심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있습니다. 시애틀에 거주하시는 교민분들을 추천 코스라고 하니 꼭 여행 일정에 넣으시면 좋겠습니다. 특히 배를 타고 시애틀 다운타운 쪽으로 들어올 때 멀리 보이는 마운틴 레이니어 설경이 정말 압도적이라고 합니다. 워싱턴주 관광 홈페이지에 따르면 마운틴 레이니어 국립공원은 연간 방문객이 150만 명을 웃도는 미국 북서부 최대 자연명소 중 하나입니다(출처: Washington State Tourism).
한편, 스타벅스 1호점 얘기도 안 할 수가 없습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바로 옆에 위치한 스타벅스 1호점은 규모가 작고 회전율이 굉장히 빠릅니다. 음료를 픽업해서 나오는 구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여기서만 살 수 있는 굿즈가 따로 있으니 기념품 목적으로 방문하시는 분들에게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요즘 한국에서는 스타벅스 경영진의 역사 왜곡 문제로 불매 운동이 이어지고 있어 이 부분은 개인이 판단하실 사안입니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Starbucks Reserve Roastery)는 1호점과는 거리가 좀 되기 때문에 동선을 미리 묶어두는 편이 낫습니다.
시애틀은 날씨가 변덕스럽기로 유명한 도시입니다. 하늘이 맑다가 갑자기 비가 쏟아지고, 타워에서 내려오면 또 햇볕이 쨍쨍합니다. 처음엔 당황스럽지만 이게 시애틀의 분위기라고 받아들이고 나면 오히려 걷는 시간이 즐거워질 것입니다. 바람이 강한 항구 도시 특성상 얇은 방풍 재킷 하나쯤은 꼭 챙기시길 권합니다.
시애틀은 짧은 일정으로도 밀도 있게 돌 수 있는 도시입니다. 렌트카 없이도 다운타운 핵심 명소들은 충분히 커버가 됩니다. 마운틴 레이니어나 프리몬트 쪽을 추가하고 싶다면 하루를 더 확보하는 것을 권합니다.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은 오전 일찍, 치훌리 가든과 스페이스 니들은 오후에 묶는 동선이 이동 효율이 가장 좋았습니다. 처음 가시는 분들이라면 이 순서대로 움직여 보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kkQ2wEv9K4Y
https://www.youtube.com/watch?v=rIiah4RZn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