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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야외식물원이 새롭게 단장해 '한국 숲 정원'으로 돌아왔습니다.
오랜 기간 정비 공사를 마친 뒤 2026년 6월 27일부터 시민들에게 개방되면서 서울 도심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새로운 명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남산은 오래전부터 서울을 대표하는 녹지 공간이었지만, 이번에 조성된 한국 숲 정원은 기존 야외식물원의 모습을 넘어 우리나라 숲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자연 친화형 정원으로 재탄생했습니다.
멀리 지방의 수목원이나 국립정원을 찾아가지 않아도 서울 한복판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산책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솔직히 처음 소식을 들었을 때 반신반의했습니다. 서울역에서 버스 한 번이면 닿는 거리에 '전국 명품 숲을 한데 모은 정원'이 생겼다는 말이 쉽게 믿기지 않았거든요. 면적만 3만 평 규모로, 도심 한복판에 이 정도 생태 공간이 조성된 사례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일입니다.
서울역에서 버스 한 번, 접근법이 이렇게 쉬울 줄은 몰랐습니다
제가 직접 가보니 접근성이 예상보다 훨씬 좋았습니다.
서울역 4번 출구로 나와 50m쯤 걸어가면 버스 정류장이 나오고, 거기서 402번 또는 405번 버스를 타면 됩니다.
배차 간격이 5분 내외라 기다릴 일도 거의 없었고, 10분쯤 달리면 남산 야외식물원 정류소에 도착합니다.
남대문시장을 경유하는 노선이라 여행 코스로 엮기에도 제법 괜찮은 구성입니다.
주차장이 있긴 하지만 수용 대수가 많지 않으니 대중교통 이용을 강력히 권합니다. 반대 방향에서 접근하고 싶다면, 한 정거장 더 가서 하얏트 호텔 정류소에서 내리면 정원 끝자락부터 역방향으로 돌아볼 수 있습니다. 이 방향이 내리막 위주라 체력 부담이 덜하다는 점도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도심 접근성과 관련해 한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서울시는 녹지 접근성 지표인 NDVI(정규식생지수, Normalized Difference Vegetation Index)를 활용해 도시 내 녹지 분포를 분석합니다. NDVI란 위성 영상에서 식생의 밀도와 건강 상태를 수치로 나타내는 지표로, 0에 가까울수록 녹지가 희박하고 1에 가까울수록 식생이 풍부하다는 의미입니다. 서울 도심 대부분은 이 수치가 낮은 편인데, 남산 일대는 도심권에서 드물게 높은 NDVI 값을 유지하고 있는 지역입니다(출처: 서울특별시).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에 방문하면 햇빛이 부드러워 사진이 훨씬 예쁘게 나옵니다. 이건 제가 직접 겪어보니 확실히 차이가 납니다. 오후 햇살이 강해지면 나뭇잎 사이로 역광이 생겨 인물 사진이 어두워지는 경우가 잦습니다.

전국 숲을 테마로 재현한 구성, 걸어보니 꽤 정교했습니다
한국 숲 정원의 핵심은 생태 테마 정원 구성입니다. 단순히 나무를 심어 놓은 공간이 아니라 전국 각지의 명품 숲을 실제 생태 환경에 맞춰 재현했다는 점이 다릅니다. 주차장에서 갈림길을 만나면 오른쪽은 지당원, 왼쪽은 영지원 방향입니다. 저는 오른쪽 지당원부터 돌았는데, 두 방향 모두 바닥 이정표가 잘 되어 있어 길을 잃을 걱정은 없습니다.
각 구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솔수원: 울진 금강 소나무 숲을 테마로 조성. 울창한 적송(赤松) 사이로 오솔길이 나 있어 맨발 걷기 코스로 인기가 높습니다.
- 이기원: 이끼류(苔類)가 군락을 이루는 구간으로, 수시로 물을 뿌려 공기가 촉촉합니다. 도심에서 이 정도 습도감을 느끼기는 쉽지 않습니다.
- 지당원: 담양 죽녹원과 소쇄원을 테마로 만든 구역. 유리 지붕을 얹은 정자가 안에 있고, 주변을 대나무 군락이 둘러싸고 있어 한국 숲 정원에서 사진이 가장 잘 나오는 포토스팟입니다.
- 영지원: 연못과 배롱나무가 유명한 담양 명옥헌을 테마로 조성. 쉼터에 앉아 새소리를 듣기에 가장 좋은 구역입니다.
- 남산마루 전망대: 강진 다산초당을 테마로 만든 전망 공간. 투명 유리 너머로 서울 시내가 내려다보입니다.


이 중에서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곳은 이기원이었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끼 구간을 걸을 때 공기에서 나는 특유의 습윤한 냄새는 깊은 산속에 온 것 같은 착각을 줄 정도였거든요. 공사 이전의 야외식물원을 기억하는 분이라면 이 변화가 더욱 크게 느껴질 겁니다. 기존 시설을 단순 보수한 수준이 아니라, 공간 자체의 생태 구조를 바꿔 놓은 것이 명확히 보였습니다.
맨발 걷기 구간도 곳곳에 잘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른바 어싱(earthing)이라 부르는 맨발 걷기는, 맨발로 지면과 직접 접촉할 때 신체의 전기적 균형이 맞춰지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산림 치유 연구에 따르면 숲 환경에서의 보행은 혈압 안정과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 감소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국립산림과학원). 코르티솔이란 스트레스 상황에서 부신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수치가 지속적으로 높으면 면역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황토 황톳길이 길게 깔려 있고, 발을 씻을 수 있는 세족 시설도 중간중간 갖춰져 있으니 준비가 부족해도 맨발 체험이 가능합니다.
영지원에서 남산 하늘숲길 방향으로 연결되는 코스도 걸을 수 있습니다. 포토 아일랜드 전망대까지 올라가면 이태원과 후암동, 한강이 한눈에 들어오고, 남산타워와 함께 사진을 찍기에도 좋습니다. 하늘숲길은 남산타워 정류소에서 남산 도서관 방향으로 이어지는 무장애 에코 코스(Eco Course)로, 경사가 완만하게 설계되어 누구나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습니다. 무장애 에코 코스란 휠체어나 유모차도 이용 가능하도록 단차와 경사를 최소화한 보행로를 뜻합니다. 한국 숲 정원에서 이 종점까지 총 거리는 약 5km, 소요 시간은 1시간 30분 내외입니다.
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을까?
최근 서울에서는 '도심 속 힐링'을 즐길 수 있는 장소가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남산 한국 숲 정원 역시 다음과 같은 장점 때문에 입소문을 타고 있습니다.
- 서울 도심에서 쉽게 방문 가능
- 입장 부담 없이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
- 계절마다 달라지는 풍경
- 산책과 사진 촬영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
- 남산 둘레길과 연계한 걷기 여행 가능
특히 자연 그대로의 숲을 살린 조경은 인공적인 공원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끼게 합니다.남산 한국 숲 정원은 화려한 관광지가 아닙니다. 그게 오히려 이곳의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걷는 속도를 조금만 늦추면 바람 소리와 새소리, 나무 냄새가 도심에서도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느껴집니다. 아직 개방 초기라 한산하게 즐길 수 있는 지금이 사실 가장 좋은 시기일 수 있습니다. 이번 주말, 운동화 한 켤레와 물 한 병만 챙겨 남산으로 나가 보시길 권합니다.
이미지:서울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