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속초는 작은 도시인데 왜 항상 시간이 모자랄까요? 형부의 고향이 속초라 결혼식 때부터 수십 번을 들락거렸는데, 갈 때마다 저는 꼭 못 가고 오는 곳이 생겼습니다. 바다, 호수, 산이 차로 20분 거리 안에 모여 있는 도시가 흔하지 않다는 걸, 직접 겪어보니 그게 속초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속초 중앙시장에서 시작하는 진짜 속초 맛
속초 처음 가시는 분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 숙소 체크인하고 지쳐서 대충 편의점 때우다 다음날 아쉬워하는 패턴인데, 저는 속초에 도착하면 짐도 풀기 전에 시장부터 향합니다.
속초중앙시장은 캐노피(canopy) 구조로 전면 리모델링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캐노피란 외부 날씨와 상관없이 실내처럼 쇼핑할 수 있게 통로 전체를 지붕으로 덮은 구조물을 말합니다. 비 오는 날에도 우산 없이 시장 전체를 돌아다닐 수 있으니, 날씨 때문에 방문을 미루실 필요가 없습니다.
시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골목이 격자 형태로 이어집니다. 처음엔 헷갈릴 수 있는데, 핵심 동선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관광수산시장 골목: 유명 먹거리가 모여 있는 핫플 중심 구역
- 닭강정 골목: 만석닭강정을 비롯한 닭강정 전문점 밀집 구역
- 누룽지 오징어순대: 주문 즉시 구워 담아주는 속초 대표 간식
- 술빵 코너: 막걸리로 발효한 전통 방식 술빵, 웨이팅 있어도 먹을 가치 있음
오징어순대는 처음 드시는 분들이 의외라는 반응을 많이 보입니다. 오징어 안에 찹쌀과 당면, 야채를 채워 찐 음식인데, 고소하면서 약간 매콤한 맛이 비슷한 음식이 딱히 없어서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특히 저는 모녀가리비 누룽지오징어순대를 꼭 추천드리는데, 대포항 쪽에 위치해 있어 시장과 함께 동선을 짜면 하루에 다 해결됩니다.
닭강정 이야기를 안 하면 섭섭합니다. 지금은 속초 닭강정 집이 워낙 많아졌지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옛날에 만석닭강정 하나 사겠다고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섰을 때, 그 기다림의 시간이 억울하지 않을 정도로 맛있었거든요. 줄 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닭강정이 입에 들어가는 순간 그 기다림이 통째로 잊혔습니다. 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설악산 국립공원과 주변 명소 탐방
속초에서 자연을 빼면 반 토막이 납니다. 설악산 국립공원(Seoraksan National Park)은 천연기념물이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곳으로, 단순한 등산지가 아니라 생태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공간입니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UNESCO Biosphere Reserve)이란 생물 다양성 보존과 자연 자원의 지속 가능한 이용을 목표로 국제기구가 공인한 보호 구역을 뜻합니다(출처: 문화재청).
설악산 케이블카는 해발 700m의 권금성까지 올라갑니다. 제가 직접 올라가 봤을 때, 케이블카 안에서 내려다보이는 계곡과 능선의 풍경이 생각보다 훨씬 웅장했습니다. 울산바위는 정상에서 봐야 비로소 그 크기가 실감됩니다. 다만 케이블카는 현장 결제만 가능하고 사전 예약이 되지 않으니, 성수기에는 아침 일찍 도착하시는 게 현명합니다.
최근 몇 년간 속초를 못 가봤는데, 주변에서 설악산 뷰 카페가 많이 생겼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논밭이 펼쳐진 야외 자리에서 설악산을 바라보며 아이스티 한 잔 마시는 그림은, 저도 다음 방문 때 꼭 경험해보고 싶은 코스입니다.
청초호수공원도 놓치면 아쉬운 곳입니다. 청초호(Cheoncho Lake)는 동해 바다와 직접 연결된 석호(潟湖)입니다. 석호란 바다가 육지와 분리되면서 형성된 호수로, 민물과 바닷물이 섞이는 독특한 생태계를 가집니다. 둘레 5km의 청초 둘레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여유롭게 걷기 좋고, 밤에 방문하면 속초 시내 불빛이 호수에 반사되는 야경이 꽤 인상적입니다.
속초 관광명소, 달라진 것들과 놓치면 아쉬운 것들
속초는 가볼 때마다 조금씩 바뀌어 있습니다. 오래된 것들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들이 들어서는 속도가 제 경험상 생각보다 빠릅니다.
속초아이 대관람차는 최대 65m 높이에서 속초 시내, 해변, 설악산을 한 번에 조망할 수 있는 랜드마크였습니다. 관람차는 곤돌라(gondola) 방식으로 운영되는데, 곤돌라란 케이블에 매달려 회전하는 독립 캐빈 형태를 말하며 내부에 블루투스 스피커와 조명이 갖춰져 있어 약 15분간 쾌적하게 경치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검색해 보니 현재 철거 예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방문 전에 운영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출발하시길 권합니다.
속초 등대전망대는 반대로 아는 사람만 아는 조용한 명소입니다. 가벼운 계단 산책만으로 올라갈 수 있고, 바다 쪽으로 돌출된 구조 덕분에 시야가 탁 트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곳은 이른 아침이나 저녁 무렵이 제일 좋습니다. 여름 저녁에 석양이 바다를 붉게 물들이는 장면을 보고 싶다면, 일정에 꼭 넣어두시길 바랍니다.
영금정과 외옹치 바다향기로는 일출 명소로 잘 알려진 스팟입니다. 일출 관측 포인트(Sunrise Viewpoint)로서의 가치가 높아 많은 여행객이 새벽부터 찾습니다. 구름다리 끝에서 해안을 감상하다 보면 가끔 높은 파도에 옷이 살짝 젖을 수 있는데, 그 정도로 바다와 가까이 붙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출처: 속초시청 관광정보).
여름 성수기 속초는 솔직히 좀 번잡합니다. 저는 여름에 가족들과 여러 번 가봤는데, 주차 문제만으로 반나절이 날아가는 경험도 해봤습니다. 여건이 된다면 6월 초나 9월 말, 비수기에 조용하게 다녀오는 게 훨씬 여유롭습니다.
속초는 사계절 내내 갈 이유가 있는 도시입니다. 가을 단풍철 설악산은 설명이 필요 없고, 겨울 속초 중앙시장의 따뜻한 술빵 한 조각도 그 자체로 여행의 이유가 됩니다. 다음번에는 비수기에, 좀 더 느리게 속초를 걸어볼 생각입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hlISeHhF-8I
https://www.youtube.com/watch?v=WmmA_rSoX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