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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강릉 여행 (월화거리, 문화유적지, 경포해변)

by wihtalona 2026. 5. 15.

강원도강릉여행

 

강릉이 커피와 바다만 유명한 곳이라고 생각하셨나요? 사실 저도 오랫동안 그렇게 여겼습니다. 어렸을 때 친구들과 바닷가 캠핑을 갔던 기억, 남편과 연애 시절 속초 가는 길에 잠깐 들렀던 기억이 강릉에 대한 제 기억의 전부였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주에 오랜만에 강릉 여행을 다시 준비하면서 이 도시가 얼마나 입체적인 공간인지를 새삼 깨달았습니다.

 

1. 폐철도 위에 피어난 감성, 월화거리와 중앙시장

 

일반적으로 강릉 여행이라고 하면 바다와 카페 거리만 떠올리기 쉬운데, 제 경험상 시내 골목을 놓치면 절반은 못 본 겁니다. 강릉역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는 월화거리는 2012년 폐선(廢線)된 강릉선 철길 위에 조성된 2.6km의 산책로입니다. 폐선이란 더 이상 열차가 운행되지 않아 사용이 중단된 철도 노선을 의미하는데, 이 버려진 공간을 강릉시가 이야기가 있는 산책로로 살려낸 방식이 꽤 인상적입니다.

월화거리를 걷다 보면 철길의 흔적 위에 조명, 조형물, 그리고 위로를 건네는 글귀가 자리해 있습니다. 예전 기차역 대합실은 키덜트샵으로 재탄생했고, 금요일과 토요일 저녁에는 야시장이 열려 푸드트럭과 수공예 부스, 거리 공연이 어우러집니다. 저처럼 오래전에 강릉을 다녀온 분이라면 이 변화가 더 신선하게 느껴지실 겁니다. 제가 남편이랑 갔을 때만 해도 이런 감성 공간은 거의 없었으니까요.

월화거리 끝자락에서 이어지는 중앙시장은 단순한 전통시장이 아닙니다.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형성된 이 시장은 1979년 신축을 거쳐 1980년 전통시장으로 등록되었습니다. 강릉은 태백산맥을 사이에 두고 영동과 영서 지역이 활발히 교역하던 동해안 물류의 중심지였고, 그 상업적 중심에 이 시장이 있었습니다. 오늘날에는 수제 어묵, 닭강정, 순두부 젤라또 같은 로컬 간식과 수십 년을 버텨온 노포식당이 공존합니다.

강릉을 처음 방문하는 분들께 강릉 시내 여행에서 특히 추천하는 코스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월화거리: 폐철도 산책로, 야시장(금·토 저녁)
  • 중앙시장: 수제 어묵, 순두부 젤라또, 노포식당
  • 명주동 골목: 로컬 공방, 옛 건물 리모델링 카페
  • 강릉 대도호부 관아: 국보 제51호 임영관 삼문 관람
  • 강릉향교: 현존하는 한국 최초의 향교, 명상 산책

문화유적지가 고리타분하다고 느끼시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선조들이 있었기에 우리가 있다는 생각으로 어느 여행지에서든 유적지는 꼭 하나라도 들립니다. 특히 강릉 대도호부 관아의 임영관 삼문(臨瀛館三門)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객사문으로 국보 제51호로 지정된 곳입니다. 객사문이란 지방 관아에 딸린 손님맞이 건물의 정문을 의미하며, 이곳은 조선시대 강릉이 영동지역 전체를 관할하는 거점이었음을 건축으로 증명하는 공간입니다.

 

2. 경포호수와 오죽헌, 바다보다 깊은 강릉의 속살

 

경포해변이 강릉 여행의 전부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경포 주변을 제대로 돌아봐야 강릉을 다 봤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포호(鏡浦湖)는 이름 자체가 풍경을 담고 있습니다. '거울처럼 맑은 수면에 경치가 그대로 비친다'는 뜻에서 거울 경(鏡)자와 물가 포(浦)자를 써서 경포라 이름 붙였는데, 이곳은 그 이름값을 충분히 합니다. 호수 둘레를 따라 산책로와 자전거길이 조성되어 있고, 1982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보존가치를 인정받은 공간입니다.

 

경포 주변에서 저를 가장 기대하게 하는 곳은 오죽헌(烏竹軒)입니다. 오죽헌이란 검은 대나무가 주변을 에워싸고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가 나고 자란 생가입니다. 보물 제165호로 지정된 이곳은 한국 주택 건축물 중 가장 오래된 건물로 건축사적 가치만으로도 방문 이유가 충분합니다. 경내에는 수령 600년 된 배롱나무가 고즈넉한 분위기를 더해주며, 율곡인성교육관에서는 멀티미디어 체험도 가능합니다.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는 세계 최초로 나란히 화폐의 주인공이 된 모자(母子)이기도 합니다. 화폐 도안에 인물을 선정할 때는 역사적 업적과 문화적 상징성, 사회적 인지도 등을 종합 심사하는데, 이 둘이 동시에 지폐 인물로 선정된 사례는 전 세계에서 유일합니다(출처: 한국은행). 강릉이 단순한 휴양지가 아니라 한국 정신문화의 뿌리가 깃든 도시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입니다.

 

경포해변에서 북쪽으로 이동하면 정동진이 기다립니다. 해안단구(海岸段丘)란 과거 해수면 변동과 지각운동으로 인해 바다 절벽이 계단 모양으로 융기하여 형성된 지형을 의미합니다. 정동진의 해안단구는 약 250만 년 전 지각변동의 흔적으로, 천연기념물 제437호로 지정된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 길이기도 합니다. 이 지형 위로 조성된 2.86km의 바다부채길 산책로는 한쪽엔 부서지는 파도, 다른 한쪽엔 소나무숲이 이어져 걷는 내내 마음이 정리되는 기분을 줍니다(출처: 강릉시 문화관광).

 

제가 새해에 정동진 일출을 보러 잠깐 들렀을 때는 모래사장에서 친구들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는 게 전부였는데, 이번에는 바다부채길을 제대로 걷고 싶습니다. 시간박물관도 그때는 몰랐던 공간인데, 19세기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시계 컬렉션과 실제 증기기관차 내부를 개조한 전시관이 있다고 하니 기대가 됩니다.

 

오랫동안 강릉을 '속초 가기 전에 잠깐 들르는 곳'으로만 여겼던 게 솔직히 좀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커피향 가득한 안목해변의 카페도 좋지만, 중앙시장 골목에서 순두부 젤라또 하나 들고 월화거리를 걸어보는 것도 강릉만의 맛입니다. 유적지 한 곳이라도 발을 들여놓는 순간, 강릉이 전혀 다른 도시로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이번 주 시원한 바닷바람 맞으며 모래사장을 맨발로 걸어볼 생각에 벌써 설레는데, 여러분도 언젠가 강릉의 여러 표정을 천천히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jcsvv9nri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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