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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남편과 함께 강원도 고성의 화암사에 다녀왔다.
남쪽의 큰 절인 화엄사를 좋아하는데, 이름이 비슷한 '화암사'는 왠지 형제 같은 느낌이 들어 늘 궁금했다. 하루 종일 에어컨 바람 아래만 있다가 땀도 좀 흘리고 싶었던 터라 가벼운 마음으로 길을 나섰다.
결과는 대만족!
제2주차장이 공사 중이라 제1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어 올라가야 했다. 나는 10분쯤 걸으면 되겠거니 했는데, 실제로는 그 두 배 정도는 걸어야 해서 힘든 맘이 드는찰나 역시 숲길에는 묘한 치유의 힘이 있는 걸까.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도 다행히 절까지 이어지는 길은 숨이 살짝 찰 정도의 완만한 오르막이었다.
그리고 절에 도착한 순간, "와, 오길 정말 잘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화암사에서는 오후 5시까지 스님이 아닌 일반인도 타종을 해볼 수 있다고 했다.
복전함에 작은 정성을 보태고 기도를 드린 뒤, 조심스럽게 종을 당겼다가 놓았다.
묵직하게 울려 퍼지는 종소리. 그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마 화암사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
절에서 바라본 숫바위는 묵묵했고, 멀리 보이는 영랑호는 한 폭의 그림처럼 신비로웠다.
대웅전에 들어가 삼배를 올렸다.
기도를 시작하니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역시 아이들이었다.
마음을 비워야 한다고 하면서도 자꾸 무언가를 바라는 내 모습이 조금은 부끄러웠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했던 어떤 기도보다도 진심을 담아 기도했다.
마루바닥으로 땀방울이 뚝뚝 떨어질 정도였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삼배만으로는 인간의 욕망을 다 내려놓기 어렵고, 108배쯤 해야 마음이 조금은 비워지는 게 아닐까.
그래도 설마 인간에게 욕심이 그렇게 많다 해도 108가지를 하나하나 다 적기는 어렵겠지.
기도를 마친 뒤에는 소원등도 하나 달았다.

화암사 뜰에 매달린 등이 너무나 작고 귀여워 괜히 욕심이 나 꼭 우리 가족 등도 달고 싶었다.
마침 담당자가 자리에 안 계셔서 한참을 찾아다닌 끝에 결국 하나 달았다.
무슨 소원을 적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조용히 적었다.
부처님.
이번 소원은 정말 잘 부탁드립니다.
짧은 나들이였지만 마음은 오래 머물렀던 하루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화암사의 종소리가 계속 귓가를 맴돌았다.
마음이 흔들리는 날이 오면, 오늘 들었던 그 맑고 깊은 종소리를 다시 꺼내 듣고 싶다.
그 소리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조금은 제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으니까.
화암사 방문 정보
- 주차 : 현재 제2주차장은 공사 중이어서 제1주차장을 이용했다. 절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소요되는데, 숲길이라 생각보다 지루하지 않았다.
- 타종 체험 : 오후 5시까지는 일반인도 타종을 할 수 있다. 복전함에 마음을 담은 보시를 하고 체험하면 된다. 화암사를 방문한다면 꼭 한 번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 소원등 : 소원등은 5천 원. 크지는 않지만 알록달록한 등이 참 예뻐서 하나 달아두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 풍경 : 절 앞에서는 숫바위와 영랑호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어도 질리지 않을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다.
화암사, 이런 분들께 추천해요
✔️ 조용한 산사를 걸으며 마음을 쉬고 싶은 분
✔️ 특별한 타종 체험을 해보고 싶은 분
✔️ 속초 여행에서 자연과 사찰을 함께 둘러보고 싶은 분
✔️ 영랑호와 숫바위 전망을 함께 감상하고 싶은 분
몸은 조금 땀을 흘렸지만 마음은 훨씬 가벼워져 돌아온 하루.
속초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바다만 둘러보고 돌아오기보다, 잠시 화암사에 들러 종소리 한 번 들어보시길.
그 여운이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머무를지도 모른다.